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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일"

 

페루자 경찰서입니다

 

페르골라 가 7번지로
출동하세요

 

잘 들어요, 마르코 형사

 

여성의 사체가 있는 걸
알고 계십니까?

 

신고한 사람의 이름은

 

아만다입니다, 아만다 녹스예요

 

브래지어군요

 

시신을 덮어놨어요

 

젠장

 

맙소사

 

제가 무죄라고
100% 확신하거나

 

아니면 유죄라고 확실히 믿거나

 

둘 중 하나죠

 

만약 제가 유죄라면

 

저는 다른 누구보다
두려운 대상이 되는 거죠

 

"아만다 녹스"

 

뻔한 범죄자가 아니니까요

 

반면에 제가 무죄라면

 

누구나 누명을
쓸 수 있다는 뜻이죠

 

그건 모든 사람의 악몽이잖아요

 

제 정체는 양의 탈을 쓴
사이코패스 범죄자거나

 

여러분과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죠

 

"NETFLIX 다큐멘터리"

 

저건 슬픔이나 애도의
표정이 아니에요

 

그렇게 해석하기 힘들어요

 

끔찍한 경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죠

 

룸메이트, 애인, 경찰
모두가 같은 말을 합니다

 

당신의 반응은
정상이 아니라고요

 

어딘가 이상하다는 거죠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만다 녹스'의 구글 검색
결과는 710만 개나 되죠

 

그리고 잘 아시듯이

 

그중 다수는
적대적인 내용이에요

 

'천사의 얼굴을 한 마녀'

 

'무정한 조종자'

 

'섹스의 협주곡'

 

일탈적 성행위에 몰두했나요?

 

불편한 질문이라도
확인할 건 해야죠

 

괜히 의심 사기 전에요

 

뭔가 변태적인
성행위를 경험했는데

 

창피해서 숨기는 건 아니고요?

 

- 메러디스 커처를 죽였나요?
- 아니요

 

- 당시 현장에 있었나요?
- 아니요

 

경찰에게 숨긴 건 없나요?

 

- 더 아는 게 있습니까?
- 아니요

 

"아만다 녹스"

 

"2016년
워싱턴 주, 시애틀"

 

이탈리아에 가기 전
제 삶은 행복했어요

 

좋아, 아만다
다비드상 보고 싶지?

 

- 다비드라니?
-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 그것도 몰라?
- 깜빡했네

 

저는 괴짜였어요

 

그래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죠

 

저 자신을 여전사처럼 여겼어요

 

'여전사 지나'처럼요

 

이런 생각을 했죠
'별종이라도 좋아'

 

'세상에는 나만을 위한
자리가 존재할 거야'

 

그래, 우리 예쁜이

 

착하지

 

대학에 진학하면서

 

저는 조금 뒤처졌죠

 

- 한 잔 더야, 아만다
- 뺄 생각 마

 

- 한 잔 반이었어
- 한 잔 맞아

 

한 잔 반이었다니까

 

그때는 저 자신이
못 미더웠어요

 

그래서 평소 익숙하던
모든 것을 벗어나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었죠

 

"이탈리아 페루자 유학"

 

이탈리아는 유서 깊은 국가예요

 

유적과 예술 작품
포도밭이 가득하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저 자신을 찾고 싶었어요

 

어서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

 

당연한 걸 묻고 지랄이야

 

"이탈리아 페루자"

 

첫 주에는 페루자가
어떤 도시인지 알게 됐죠

 

당시 제 룸메이트는
이탈리아 여자애랑

 

굉장히 교양 있는
영국 출신 여자애였어요

 

저희는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집에 살았죠

 

멋진 삶이었어요

 

당시 학교 수업에
파묻혀 살 거라 생각했는데

 

공부할 게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했죠

 

패트릭 루뭄바라는 사람이
새로 연 술집이 있었어요

 

"패트릭 루뭄바"

 

패트릭은 손님을 늘리려고
저를 웨이트리스로 고용했죠

 

이해가 안 되죠

 

어떤 사람들은

 

남자에게 육체적 매력을
못 느낀대요, 하지만...

 

시애틀에서 전 귀여운 애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저를
미국인 금발 미녀로 봤죠

 

그런 건 처음이었어요

 

"살인 발생 일주일 전"

 

클래식 공연에 갔는데
여자애가 혼자 있었어요

 

아주 예쁜 애였죠

 

"라파엘레 솔레치토"

 

제가 바라보자
그 애도 마주 봤어요

 

그 애는 저를 보며
미소 지었지만

 

저는 수줍어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죠

 

'뒤쪽의 다른 사람을
보는 거 아닐까?'

 

하지만 저를 보는 거였어요

 

그걸 깨닫고 생각했죠
'그럼 말을 걸어볼까?'

 

그 애는 제 억양을 듣고
영어권 사람인 걸 알고는

 

제게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좀 어설펐지만요

 

그 애한테 페루자의
멋진 풍경을 보여줬죠

 

로맨틱한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제 심장은 마구
쿵쾅대고 있었죠

 

이건 로맨스라는 걸
깨달은 듯이요

 

전 그 애에게 입을 맞췄어요

 

보통 다른 남자들은

 

이렇게 수작 걸잖아요
'안녕, 자기'

 

그 애는 친절했어요
그 친절함에 넘어간 거죠

 

네, 그래요

 

저희는 함께 집에 왔죠

 

전 담배를 피웠어요

 

대마초를 피우거나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러다가 저희 둘 다
다른 쪽으로 마음이 동했죠

 

그리고 그날 밤은
정말 행복하게 마무리됐어요

 

사랑에 빠진 건 처음이었죠

 

그때부터는 매일 수업이 끝나면

 

라파엘레랑 산책도 하고
같이 피자도 먹고

 

노천 시장에도 놀러 갔죠

 

제게 향수도 사줬어요
이탈리아 여성의 필수품이랬죠

 

비록 일주일이었지만

 

날마다 라파엘레를 만나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대마초도 피우고

 

사랑을 나눴어요

 

"2007년 11월 2일"

 

움브리아 뉴스에서
슬픈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22세의 영국인 유학생
메러디스 커처 양이

 

페르골라 가의 하숙집에서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현재 정황에 의하면
타살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사건 현장은

 

영원히 제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사방이 피범벅이었죠

 

피해자는 나체 상태로
담요에 덮여 있었어요

 

누군가 피해자를 억지로
제압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팔에 상처가 많았죠

 

피해자의 목에는
깊은 칼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제 기억에 각인됐어요

 

범인이 누구든 괴물 같은
힘을 지닌 놈일 거라 생각했죠

 

사건 현장 밖에서
젊은 남녀를 봤습니다

 

둘은 서로를 껴안고
위로해주고 있었는데

 

경우에 어긋난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시체 가방 나올 때
놓치지 말고 찍어

 

이제 그만하면 됐어요

 

그만 좀 찍으세요
피해자에 대한 예의도 없습니까

 

"핼러윈 살인 사건"

 

"교환 학생
칼로 목 난자당해"

 

"여대생 살해"

 

"경찰 추적 시작"

 

"메러디스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

 

대중은 언제나
살인 사건에 반응합니다

 

사건의 미스터리에
흥미를 느끼고

 

범인을 궁금해하죠

 

게다가 사건 장소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그림 같은 도시였는데

 

"닉 피사
'더 데일리 메일' 기자"

 

피해자는 반라 상태에
칼로 잔혹하게 난자됐죠

 

그보다 더 좋은
기삿거리가 있을까요?

 

비록 이 살인 사건에

 

왕족이나 교황이
등장하진 않지만요

 

저는 페루자에서
취재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최대한 빨리
중요 인물들을 만나고

 

사건 현장을 방문해
정보를 수집해야 했어요

 

착착 움직여야 했죠

 

당시 페루자 경찰은
엄청난 압력을 느꼈어요

 

'벨라 피구라'라는
이탈리아어 표현이 있죠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갑자기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으니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죠

 

"라이언 항공"

 

"메러디스 커처 유가족"

 

금요일 저녁, 저희 가족은
엄청난 비보를 전해 들었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워요

 

"스테파니 커처
메러디스의 언니"

 

사랑하는 메러디스를
이렇게 잃게 되어

 

그저 비통할 따름입니다

 

살아있을 때 메러디스는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을 주는 아이였습니다

 

늘 발랄하게 미소 지으며
재치가 넘쳤죠

 

저희는 변함없이
메러디스를 사랑하며

 

언제까지나 그 애를
잊지 못할 거예요

 

피해자 메러디스의
어머니가 찾아와

 

딸의 시신을 보여달라고 청했죠

 

메러디스의 어머니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딸에게 작별 키스를
하게 해 달라고요

 

저도 가장입니다

 

딸이 넷이나 있어요

 

그분의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가톨릭 신자예요

 

그래서 제 안에는
두 가지 믿음이 상충합니다

 

신이 세계를 주관하지만

 

인간에게도
의지가 있다는 것이죠

 

그러기에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습니다

 

현재 경찰은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피해자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 중이며

 

치정 살인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 사체 부검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과학수사"

 

페루자 전체에
기자들이 득실댔어요

 

그래서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정보라면

 

무조건 경쟁사보다 먼저
보도하려 애썼죠

 

저희는 건물 밖에 늘어서서
검시관이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저는 이탈리아어에 능했고
제 국적도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영국인 기자가 인터뷰를 청하면

 

그 사람들은
스타라도 된 듯 흥분했죠

 

덕분에 사건 발표를
전담할 수 있었습니다

 

검시 결과에 따르면
메러디스의 몸에는

 

강제적 성행위의
흔적이 남아있었죠

 

남성의 DNA가
체내에서 발견됐어요

 

그리고 턱부위에서도
작은 칼자국이 발견됐죠

 

마치 누군가가

 

피해자를 조롱하고
고문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부터 경찰과 검사 측은
집단범죄설을 밀기 시작했죠

 

섹스 게임을 하다
잘못됐다는 식으로요

 

"살인자의 섹스 파티"

 

저희는 영국에서 최초로
그걸 보도하는 데 성공했죠

 

이 기사는 특종이 됐고
전 세계로 전파됐어요

 

"섹스 살인 사건
닉 피사 기자"

 

신문 1면에 제 기사가 실리고

 

모두가 그걸 이야기하고

 

기분 최고였죠

 

그건 말 그대로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잘 가, 메러디스
페루자의 친구들이"

 

메러디스와는
몇 주 동안 친구였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다니
정말 충격이었죠

 

이해가 안 됐어요

 

잔혹한 일이었죠

 

제가 당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사건 당시
라파엘레의 집에 있었어요

 

영화 '아멜리에'를
보는 중이었는데

 

패트릭이 문자를 보냈죠
'오늘은 출근 안 해도 돼'

 

전 굉장히 기뻤어요

 

영화를 다 보고
저녁을 먹은 후에

 

라파엘레에게 독일어로 된
'해리 포터'를 읽어줬죠

 

그 후에는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우스운 표정을 지어댔어요

 

그러다가 서로 키스하고
사랑을 나눈 후에

 

잠이 들어버렸죠

 

아침에 일어나서

 

이제 집에 가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집을 나와
저희 집까지 걸어갔죠

 

집에 도착했더니
앞문이 열려있는 거예요

 

거실과 주방은 평소와 같았어요

 

제 방도 평소처럼
그냥 너저분했고요

 

옷을 벗은 후에
욕실에 들어갔는데

 

세면대에 핏방울이
떨어진 게 보였어요

 

하지만 피 몇 방울이야
뭐가 대수겠어요

 

그냥 지나쳤죠

 

저는 평소처럼 양치질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샤워를 했죠

 

샤워를 마친 후
발판에 내려서는데

 

거기도 핏자국이 있더군요
훨씬 큼직하게요

 

그래도 핏자국 정도는
생길 수 있잖아요

 

면도하다가 실수하거나 하면요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 후에

 

그냥 무심코
변기를 들여다봤는데

 

누가 대변을 보고
물을 안 내렸더군요

 

"24번 증거물"

 

그걸 보자
갑자기 오싹했어요

 

마치 누가 집 안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라파엘레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했어요

 

같이 가 봤더니

 

정말 아만다의 말대로였죠

 

이상했어요

 

그런 곳에서 태연히
샤워를 하다니 놀랐죠

 

저라면 불안했을 거예요

 

메러디스의 방문을
열어보려 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죠
평소답지 않았어요

 

문을 두드리고 불러도
대답이 없더군요

 

더 세게 두드리고
불러도 마찬가지였죠

 

전 말했어요

 

'라파엘레
문을 부수게 도와줘'

 

'메러디스가
안에 있나 모르겠네'

 

두 번이나 걷어찼지만
문은 꿈쩍도 안 했어요

 

"사건 몇 시간 후
라파엘레의 신고 전화"

 

안녕하세요, 잘 들으세요

 

누가 집 안을 어지럽혔고
방문이 잠겨있어요

 

화장실에 핏자국도 있어요

 

누구의 방문이 잠겼죠?

 

거주인 중 한 명요
안에 있는지는 몰라요

 

경찰차를 그쪽으로 보내서
상황을 파악하게 하죠

 

경찰은 저희를
밖으로 나가게 하고

 

메러디스의 방문을 부쉈어요

 

경찰은 방 안이 피범벅이었고

 

누가 메러디스의
목을 그었다고 했죠

 

룸메이트의 사망 소식을
그렇게 전해 들은 거예요

 

저는 언제나 사건 수사에
큰 관심이 있었어요

 

탐정 영화도 많이 봅니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는

 

아무리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고 알아채죠

 

왜 사체에 담요가
덮여 있었을까요?

 

여성이 같은 여성을
살해한 경우에는

 

사체를 뭔가로
덮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남성 살인자들은
이런 행동을 안 합니다

 

무단 침입 사건치고는
뭔가 이상했어요

 

사라진 물건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리고 누가 벽을 올라
침입한 흔적도 없었죠

 

누가 무단 침입한 것처럼
일부러 꾸며낸 게 분명했어요

 

그런 행동을 할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죠

 

범인은 이 집에
연관된 사람이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침입 흔적을 꾸민 겁니다

 

"사건 발생 이틀 후"

 

다음 날 경찰은 저를
집으로 데려갔어요

 

수사 때문에 출입이 제한된 후

 

처음으로 집 안에
들어간 거였죠

 

"25번 증거물"

 

칼을 담아둔 서랍을
확인하라고 했죠

 

혹시 사라진 게
없는지 보라면서요

 

한마디로 살인에 쓰인 칼이

 

서랍에서 사라졌는지

 

보라는 것이었어요

 

그런 사실을 실감하고
전 발작적으로 반응했죠

 

아만다는 손바닥으로
머리 옆을 때리기 시작했어요

 

마치 귓전에 비명이
들리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메러디스의 비명 말이에요

 

당연히 그 일을 계기로

 

아만다가 범인은 아닌지
의심하게 됐습니다

 

"사건 발생 사흘 후"

 

"아만다와 라파엘레의 전화를
도청한 경찰 기록"

 

여보세요

 

아만다, 나 브렛이야
지금 뭐 해?

 

라파엘레의 친구네 집이야
지금 집에 가려고

 

라파엘레라는 애
혹시 네 남자 친구니?

 

그래

 

섹시하게 생겼어?

 

사진 보내줄게

 

어서 보내줘, 지금 당장

 

아만다, 정말 보고 싶어

 

그래, 알아

 

오늘 최악이었거든, 짜증 나

 

경찰서에 갔는데 너무 불안해서

 

말 그대로 울어버리고 싶더라

 

이번 일로 정말 속상해

 

그래도 너랑 통화하니까 풀린다

 

아만다

 

걱정하지 마

 

또 속상해지면 이렇게 생각해봐

 

'잠깐, 난 이탈리아에서
라파엘레랑 같이 있어'

 

'아직 스무 살이잖아
언젠가 지금을 회상하며'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11월 5일 밤에

 

사건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잡혔죠

 

저희는 라파엘레를
경찰서로 소환했어요

 

아만다는 안 불렀지만
그래도 애인을 따라왔죠

 

아만다는 경찰서
복도에서 기다렸어요

 

경찰은 모욕적인 태도로
저를 취조하기 시작했죠

 

막 이런 걸 물었어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지?'

 

그날 밤 저는
집에 있었다고 했죠

 

아만다와 함께 밤을 보냈고
같이 잤다고요

 

하지만 경찰은
만족하지 못했어요

 

공격적인 태도로
제게 자백을 강요하더군요

 

"경찰서"

 

그 경찰관은 아만다가
거짓말쟁이라고 했어요

 

저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헤픈 미국인 여자라고요

 

지금 제 상황이 아주
나쁘다고도 말했죠

 

한참을 그러고 나니까

 

뭐가 현실이고 뭐가 아닌지

 

더 이상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경찰서"

 

그날 밤 라파엘레는
결국 아만다에게 등을 돌리고

 

그때까지 했던
증언을 번복했어요

 

그 애는 말했죠
'지금까지는 거짓말했어요'

 

'아만다가 그렇게 말하랬어요'

 

'그날 저희 집에는
저 혼자 있었어요'

 

'아만다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나타났어요'

 

"페루자 경찰서"

 

"라파엘레 솔레치토"

 

아만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애인이 경찰에 증언하는 동안
옆방에 앉아 기다리며

 

뭐라고 말하는지
들을 수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경찰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네 남자 친구가 네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제가 나갔던 걸 증명한다며
휴대폰을 살펴보자고 했죠

 

전 마음대로 살펴보라고 했어요

 

그날은 근무도 없어서
안 나갔다고 했죠

 

예정된 근무가 취소되어
라파엘레 집에 있었다고요

 

경찰은 제 휴대폰을 뒤져
메시지 하나를 찾아냈죠

 

제가 패트릭에게
보낸 메시지였어요

 

이탈리아어 메시지인데
직역하자면 이런 내용이에요

 

'그럼 나중에 봐요
좋은 밤 보내세요'

 

저는 해명했죠

 

패트릭이 그날 밤은
근무를 쉬라고 그래서

 

그럼 나중에 보자고
답장한 것뿐이라고요

 

경찰은 말했어요
'아니, 그게 아닌 것 같군'

 

'나중에 누구랑 만나자고
약속을 잡은 것 같은데'

 

'그러고서 잊은 거지'

 

'제정신이 아니로군'

 

'범죄 수사에 협조할 거야?'

 

'아니면 범인을
덮어줄 거야?'

 

'네 입장을 똑똑히
정하지그래?'

 

저는 지쳐서 말했어요
'젠장, 뭐가 뭔지 모르겠네'

 

그러자 다른 경찰이 말했죠
'지금 어디서 욕지거리야'

 

자기한테 욕했다고
잘못 알아들은 거죠

 

전 울음을 터뜨렸어요

 

나중에는 경찰이 제 뒤통수를
때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기억해 봐'

 

그러더니 또 때리며 말했죠
'기억하라고'

 

'정신 차리고 기억해 내'

 

전 무너져버렸죠

 

제 머릿속에 떠오른 건

 

라파엘레의 집 앞
거리의 풍경이었어요

 

저희 집 문은 열려 있었고

 

가죽 재킷 차림의 패트릭이랑

 

비명을 지르는
메러디스가 보였어요

 

그걸 전 이렇게 해석했죠

 

패트릭이 메러디스를 죽였고
제가 기억해냈다고요

 

"아만다 녹스"

 

전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증언이 사실이라면
아만다는 최소한 공범이었죠

 

게다가 라파엘레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그래서 세 사람 다
체포하기로 결정했죠

 

"패트릭 루뭄바"

 

"라파엘레 솔레치토"

 

"아만다 녹스"

 

이번 사건의 희생자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그래도 단기간 내에
답을 찾게 되게 되어

 

페루자 경찰 일동은
수사 성과에 크게 만족합니다

 

언론의 주목으로 인해

 

페루자 시에서도
조속한 해결을 원했고

 

저희도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할 의무를 느꼈습니다

 

이번 수사에 참여한
모든 경찰관에게

 

프로 정신과 도덕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이 기회에 전하고 싶습니다

 

'카소 키우소'
수사 종결을 뜻하죠

 

마피아라도 척결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더군요

 

중요 자료는
변호사가 쥐고 있어요

 

저는 변호사 중 한 명과
함께 행동했죠

 

그 사람은 제게
진술서를 보여줬어요

 

당시 페루자의 복사 전문점은
수입이 쏠쏠했을 겁니다

 

온갖 정보가 입수됐어요

 

메러디스의 친구들은
저희에게 와서

 

아만다에 대해 얘기해줬죠

 

아만다에게 한 친구가

 

고통스러운 죽음이
아니었기를 빈다고 했더니

 

이렇게 답했대요

 

'당연히 엄청 괴로웠겠지
칼로 목을 그었는데'

 

한 경찰관은 말했어요

 

'아만다와 라파엘레는
열심히 입을 맞춰댔죠'

 

'재주를 넘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더군요'

 

'그 여자애는 미쳤어'

 

'생각해봐요
누가 그런 짓을 하겠소?'

 

"카판네 교도소"

 

질문은 사절할게요

 

아직도 아만다의
결백을 믿으십니까?

 

노코멘트예요

 

간수가 찾아와서
면회객이 있다고 했죠

 

특별 면회실로 저를 데려갔는데

 

거기 엄마가 계셨어요
흐느끼고 계셨죠

 

엄마는 제게 손을 뻗었어요
그리고...

 

엄마!

 

"교도소 면회실
음성 녹음 기록"

 

- 괜찮아
- 네, 엄마도요?

 

- 그래, 난 괜찮단다
- 알겠어요

 

아만다, 앉아
의자 좀 가져다줘요

 

제가 실수한 걸 알았죠
잘못했다고 느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다시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어요

 

저도 알았어요
전 아직 어리다는 걸요

 

당연하잖아요

 

전 엄마가 필요했죠

 

그리고...

 

변호사들이 그러더구나

 

만약 네가 정말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 전 아니에요

 

- 그럼 정말 모르니?
- 몰라요, 정말 몰라요

 

전 사건 당시
라파엘레와 있었어요

 

왜 그 애가 거짓말했는지
너무 마음에 걸려요

 

아마 그 애도 마찬가지일 거다

 

취조에 지쳤던 거지

 

네, 경찰이 취조 중에
때렸을지도 몰라요

 

변호사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

 

'지금 따님은
엄청난 곤경에 빠졌어요'

 

'이 사건은 국제적인
헛소리로 번졌죠'

 

- 정말 그래요?
- 응

 

온 가족이 언론에
시달리고 있단다

 

정말 난리도 아니야

 

메러디스의 사진은
이미 공개돼 있었죠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었어요

 

게다가 아만다 녹스도
마찬가지로

 

예쁘장한 금발의
20대 여성이었어요

 

성적 호기심을
부추기는 상황이었죠

 

여성 대 여성의 범죄랄까요

 

해외에서 온 기자들은
호텔 방에 앉아서

 

'아만다 녹스'를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하필 아만다의 프로필 사진은
기관총을 든 모습이었죠

 

기관총을 난사하며 웃는 사진요

 

기자들은 이러면서 반겼죠
'제정신이 아니군, 잘됐어'

 

게다가 라파엘레의
프로필 사진은

 

미라로 분장해
식칼을 든 모습이었어요

 

그러니 기자들 입장에서
선정적인 기사를 쓰기에는

 

더 나은 소재가 없었죠

 

"죽음의 섹스 파티"

 

라파엘레의 취미는
칼 수집이었죠

 

좋은 차를 몰고 다니고
공학을 전공했어요

 

여자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였죠

 

아마 육체관계는 아만다가
두 번째였을 거예요

 

그리고 그 애에게
단단히 빠져버렸죠

 

아만다는 라파엘레와
상점을 방문해서

 

자신의 속옷을 샀어요

 

가게 주인 말로는
음담패설을 하며 웃더랍니다

 

룸메이트가 살해된 지
겨우 하루 만에요

 

'팜파탈, 도미나트리스'

 

'남자를 집어삼키는 여자
아만다 녹스'

 

저희가 붙여준 별명은
'불여우 아만다 녹스'였죠

 

완벽한 헤드라인에 걸맞은
완벽한 별명이었어요

 

모두가 거기 열광했죠

 

기사를 쓰는 족족
제1면에 실렸어요

 

그렇게 특종을 많이
내보기는 처음이었죠

 

"담당 기자 / 닉 피사"

 

날마다 아만다 이야기가
신문 1면을 장식했고

 

끝없이 기사가 실렸죠

 

"경찰에 체포된 지
3주 만에"

 

"패트릭 루뭄바는
알리바이를 대고 석방됐다"

 

- 패트릭
- 안녕하세요, 패트릭?

 

전 석방됐습니다

 

이제 다행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왜 아만다가 당신을
지목했을까요?

 

아만다를 어떻게 생각해요?

 

왜 그런 증언을 했을까요?

 

왜 패트릭을 모함한 걸까요?

 

여러분은 그 답을 아십니까?

 

이해하기 힘든 일이에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면

 

경찰이 자신을 지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겠죠

 

줄리아노 미니니
수석 검사가 나타났어요

 

체격이 크고 근엄한 사람이었죠

 

저는 아만다에게 물었습니다
'왜 패트릭을 지목했지?'

 

왜냐고요? 계속되는 취조에
지치고 두려웠으니까요

 

한밤중까지 취조당했어요
결백한데도 범인으로 몰렸고요

 

기록상 말해두는데
지금 아만다는 울고 있습니다

 

제가 패트릭과 만났다는
경찰의 주장 때문이었죠

 

경찰은 그 문자를 근거로
제가 패트릭을 만났지만

 

그 충격이 너무 커서
그 일을 잊었다고 주장했어요

 

아만다는 계속 우겨댔죠
'그 사람들이 시켰어요'

 

'패트릭의 이름을 대라고요'
이해가 안 됐죠

 

아만다는 말했었죠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 순간에는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믿었어요

 

보통은 둘 중 하나죠

 

진실 혹은 거짓

 

하지만 아만다의 사고는
뭔가 전혀 달랐습니다

 

상상과 현실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는 거예요

 

그 사람은 자꾸만
질문을 반복했어요

 

묻고 묻고 또 물었죠

 

'왜 패트릭 루뭄바를
지목했는지 말해봐'

 

당신들은 내가 패트릭을
만났다고 믿게 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 이름을
댈 수밖에 없잖아요

 

그건 그 사람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전 절망했어요

 

그때 알았어요

 

그 사람들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걸요

 

그게 아만다의 약점이었죠

 

취조당하는 걸 못 견뎠어요

 

또 취조에 임하는 태도 역시
적대적이고 반항적이어서

 

반정부주의자를 연상시켰죠

 

시애틀에서는 그런 태도가
일반적일지도 모르지만요

 

물론 정황 수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에 주목하기로 했죠

 

어릴 때부터
제 꿈은 언론인이었죠

 

워터게이트를 보도한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처럼요

 

물론 그런 거물급 기자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죠

 

저는 천성적으로
간섭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기자가 되는 데
유용한 재능이고요

 

그런 것도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요

 

아만다는 카판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혈액검사도 했어요

 

교도소 측은 아만다에게
HIV 양성 판정을 전했고

 

에이즈가 발병할 거라 했죠

 

아만다는 너무 두렵다고
일기장에 적었어요

 

가족을 갖는 게 꿈이었는데

 

불가능하게 됐다고도 적었죠

 

동침한 남자들의 명단을 만들고

 

그 옆에 이렇게 적었어요
'콘돔 사용했음'

 

'사용 안 했음'

 

게다가 그 일기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고 말았죠

 

당시 저도 그 일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남들보다 먼저 입수했을 겁니다

 

- 그리고...
- 어떻게 언론에 유출됐죠?

 

저희는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그걸 밝힌다는 건

 

언론인의 원칙을
위배하는 짓이니까요

 

"메러디스 살해 용의자의
옥중 일기 공개"

 

"불여우 아만다 녹스의
비밀 일기"

 

"변태적"

 

"수많은 육체관계"

 

"감염"

 

"난 죽고 싶지 않다
살아남고 싶다"

 

하지만 아만다는
HIV 양성이 아니었어요

 

경찰과 검찰 측에서

 

아만다를 상대로
심리 게임을 한 거예요

 

사람들은 물었어요

 

'어떻게 그런 기사를
신문에 낼 수가 있죠?'

 

'왜 그런 일에 개입합니까?'

 

하지만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아침마다 접속해서
기사를 읽고 있었죠

 

또 무슨 소식이 있나 하고요

 

"경찰"

 

그만하면 충분히
찍으셨을 텐데요

 

"경찰"

 

이쪽으로 와 보세요
라파엘레의 집을 조사 중입니다

 

범행에 쓰인 칼은
아직 발견되기 전이었죠

 

경찰은 라파엘레의 집을
조사해보기로 했어요

 

그 집 부엌에서 발견된
여러 자루의 칼 중에서

 

메러디스의 상처 특성과 맞는
한 자루가 발견됐습니다

 

라파엘레와 아만다가
함께 사용하던 집에서

 

범행에 쓰인 부엌칼이
발견됐습니다

 

그 칼이 결정적인
단서로 채택됐어요

 

칼 손잡이에서 아만다의
DNA가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아만다의 DNA"

 

칼날의 끝부분에서
메러디스의 DNA가 발견됐죠

 

제가 조사를 지시한 후
문제의 칼이 발견됐습니다

 

"부엌칼에서
아만다의 DNA발견"

 

그 칼에 대해서는
설명할 길이 없었죠

 

제 DNA가 부엌칼 손잡이에
묻을 이유는 없었어요

 

메러디스의 DNA가
칼날에 묻을 이유도요

 

불가능한 일이었죠

 

"아만다 녹스
살인 섹스 게임 참여"

 

이 브래지어는 피투성이예요

 

습격당할 당시에
착용했던 게 분명합니다

 

강제로 뜯어냈군요

 

브래지어 훅 부분이
찢어져 있는데요

 

여기 있어요

 

시간이 지나 메러디스의
브래지어 훅이 발견됐고

 

거기서 라파엘레의
DNA가 검출됐습니다

 

"라파엘레의 DNA"

 

그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었습니다

 

동료들은 절 칭찬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 그 두 사람에게
빠져나갈 희망은 없겠군'

 

"이탈리아, 바리"

 

저는 이탈리아 남부의
해안 지방 출신이죠

 

수줍음이 심한 데다

 

여자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아쉬울 것도 없었고요

 

최신형 게임기만 있으면
그만이었어요

 

그래서 아만다를 만났을 때

 

저는 사는 게 즐겁고
너무도 행복했죠

 

아만다와의 관계도요

 

그런 제가 뭐하러
살인을 저지르겠어요?

 

그건 정말이지 미친 소리죠

 

이제 저는 이 비극적인
악몽에 엮여버렸어요

 

그리고 이대로 가면
제 삶은 파괴되겠죠

 

영원히 파괴될 거예요

 

모든 게 이대로라면요

 

"사건 발생 3주 후"

 

라파엘레의 집 주변에
있을 때가 기억나는군요

 

당시 루뭄바는 혐의를
완전히 벗은 상태였죠

 

하지만 경찰은 새 증거가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세 사람의 범행이라는
확증이 나왔다고 했죠

 

참 파란만장한 사건인데요
가장 최근 소식입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의 지문 중
다수를 감식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변기에서
대변이 발견됐다고 했죠

 

"라파엘레 솔레치토"

 

메러디스의 질 내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고

 

현장에서 지문도 발견됐어요

 

경찰은 이 DNA와
지문을 남긴 남성의

 

신원을 확신했습니다

 

루디 헤르만 게데였죠

 

"루디 게데"

 

루디 게데는 체격이 좋아
가택 침입에 유리했죠

 

주민들도 평소 루디가
수상했다고 제보했습니다

 

돈만 안다고 했죠

 

당시 루디는 이미
출국한 상태였어요

 

경찰은 루디와 친하던
친구 한 명을 찾았고

 

루디와 영상통화를
하도록 했습니다

 

거기 있어?

 

"루디 게데와
경찰 정보원의 통화 내용"

 

- 어때? 내 목소리 들려?
- 그래

 

살해된 여자애랑
사건 전날 만났었어

 

그리고 다음 날
그 여자애 집에 갔어

 

하지만 콘돔이 없어서
결국 그건 못 했어

 

그래서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비명이 들려서
화장실에서 뛰쳐나왔지

 

웬 남자가 있었는데
어두워서 얼굴은 못 봤어

 

그 녀석은 문으로 뛰쳐나갔지

 

메러디스를 봤는데
완전히 피투성이더라

 

목을 칼로 베였으니까

 

그 애는 나한테
절박하게 매달렸지

 

난 겁이 났어
그 애 피가 몸에 묻었으니까

 

생각만 해도 겁난다
죽어버리고 싶어

 

"루디: 하나만 말하자면"

 

"루디: 아만다는 무관해"

 

"루디: 거기 없었거든"

 

국제 체포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그리고 루디는 체포됐죠

 

맙소사

 

"감옥 내 음성 녹음"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하면 섬뜩하죠

 

다른 이웃들과
같이 있는 모습도 봤고

 

길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대화를 한 적도 있어요

 

농구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는 것 같고

 

제가 일하는 술집에서도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었죠

 

"발테르 비스코티
루디 게데의 변호사"

 

루디는 자기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좋은 변호사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판사가 피고의 말을
안 믿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루디가 집 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죠

 

만약 다른 두 피고와
함께 재판을 한다면

 

루디가 모든 죄를 덮어쓸
가능성이 있었어요

 

그리고 루디 혼자만
기소되는 거죠

 

그래서 최대한 재판을
서두르기로 했어요

 

다른 두 건의 재판과
겹치지 않도록 말이죠

 

루디의 재판이 시작되자
흥미로운 게 밝혀졌어요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동안에

 

루디는 친구에게 아만다가
사건 현장에 없었다고 말했죠

 

아만다와 라파엘레는
무관하다고요

 

하지만 루디는 증언을 바꿨어요

 

그 집 창문을 통해서

 

여자의 실루엣을 봤어요

 

아만다 녹스가 그곳을
떠나는 모습이었죠

 

"루디 게데는 살인 가담
유죄판결을 받았고"

 

"30년의 징역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루디의 형량은
16년으로 단축됐다"

 

루디의 판결은
다들 당연히 여겼죠

 

저희는 그 과정을
대충 취재했어요

 

재판 과정과 판결을
기사로 보도하기는 했죠

 

하지만 결국 루디는
관심을 못 받았어요

 

그럼 누가 관심을 받았죠?

 

아만다요

 

"사건 발생 1년 6개월 후"

 

'불여우 아만다의 컬트화'

 

이탈리아인들은
이 재판을 이렇게 불러요

 

모두가 그 얘기만 했죠

 

- 섹스
- 섹스

 

마약 사용 중의 섹스 게임

 

마약과 섹스 게임

 

마약으로 인한
섹스 게임 중 사고

 

다들 진정하세요
공간은 충분합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가세요

 

비켜주세요

 

밀지 마세요, 부인
너무하시네요

 

재판이 시작됐을 때
모든 게 순탄해 보였죠

 

DNA단서도 있었어요

 

단서가 DNA뿐인 것도
아니었어요

 

아만다는 거침없는 여성이었어요

 

남자를 집에
데려올 때도 있었죠

 

반면 메러디스의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모든 면에서 아만다와
정반대의 사람을 꼽으라면

 

그게 메러디스라고 했어요

 

"아만다의 섹스 게임을
거부했던 피해자"

 

그날 밤 메러디스의
입장을 상상해보세요

 

"대만 뉴스 자료화면"

 

아만다가 집에 있는 건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라파엘레와 루디가 나타났죠

 

메러디스는 놀랐을 겁니다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었겠죠

 

그리고 아만다의 무절제하고
부도덕한 행동에 대해

 

마구 야단쳤을 거예요

 

오늘 법정에서는 어땠죠?

 

아만다는 창피하고
화가 났을 겁니다

 

'네가 뭔데 감히
내 도덕성을 잣대질해?'

 

'그 결과가 뭔지
너한테 보여주지'

 

아만다는 자존심이 강하니까요

 

"루시퍼, 사탄
악녀, 마귀"

 

"거짓의 마녀"

 

아만다는 메러디스를
밀어 넘어뜨렸고

 

공격의 강도는 더욱 더해갔겠죠

 

제 생각에 의하면

 

라파엘레와 루디는

 

열심히 아만다를
부추겼을 겁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쾌락을 추구하는 것

 

대부분의 범죄는
바로 여기서 일어나죠

 

거의 1년간 이어진 증언 끝에

 

이탈리아의 '세기의 재판'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아만다 녹스의 운명은
이르면 내일 공개됩니다

 

판결이 있을 거예요

 

"사건 발생 2년 후"

 

"판결문 발표"

 

"호송차"

 

아만다! 아만다!

 

법정에서 판결문이
낭독되기 직전에는

 

그 어느 순간보다
긴장감이 감돌죠

 

곧 운명이 결정될
피고에게는 더욱 더요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중죄를 저지른 두 젊은이의
죗값이 걸려 있었어요

 

거울을 보아도

 

저는 자신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아만다와 라파엘레는
분명히 유죄예요

 

카메라가 너무 많군요

 

치워주십시오

 

들어갈 수가 없어요

 

형법 533조와
535조에 의거해

 

판결을 발표합니다

 

아만다 마리 녹스와
라파엘레 솔레치토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는 바입니다

 

아만다 녹스에게
26년의 징역을 선고하며

 

라파엘레 솔레치토에게는
25년 형을 선고합니다

 

카메라 든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아만다는 판결 직후
검은 호송차에 태워졌습니다

 

살인자, 거짓말쟁이

 

판결을 접한 아만다의
가족들은 충격을 받았죠

 

딸의 결백을
너무도 확신한 부모는

 

아만다의 여동생들과
재판에 참석했습니다

 

비켜주세요

 

언제 항소심을
청구하실 겁니까?

 

최대한 빨리요

 

"메러디스 커처
유가족의 기자회견"

 

모두가 메러디스를
비극과 연관 짓고 있지만

 

저희는 그런 식으로
기억하기 싫어요

 

그래도 메러디스를 위해
정의가 실현되어 다행이에요

 

물론 판결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그렇다고 축하할 만한
상황도 아니니까요

 

선지자는 환영받지
못한다고들 하죠

 

하지만 제 경험은 달랐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다가와
제게 악수를 청하고는 했죠

 

승리를 축하한다면서요

 

저는 만족감을 느꼈어요

 

페루자는 제 고향이니까요

 

저는 갑자기 암흑 속에
처박힌 꼴이었어요

 

너무 무서웠죠

 

이럴 때는 어쩌죠?
누구에게 의지하나요?

 

자살도 생각했어요

 

어떻게 목숨을 끊을까
곰곰이 생각했죠

 

50대가 될 때까지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니

 

그때쯤 가족 중 일부는
죽고 없을 텐데요

 

이미 죽은 기분이었죠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미소 지으세요!"

 

거의 6개월간
독방에 구금됐어요

 

수감 생활 때문에

 

우울증까지 왔죠

 

누구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아만다 생각도 했어요

 

아만다의 생일에는
꽃을 보내고 싶었죠

 

내가 옆에 있고 아직도 많이
생각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만다는 저를 향한
감정이 변했다고 했어요

 

쓰디쓴 순간이었죠

 

아만다와 겨우 닷새를
함께 보냈지만

 

그 짧은 시간이
제 전부였거든요

 

"사건 발생 3년 후"

 

"아만다와 라파엘레의
항소심 시작"

 

'불여우 아만다'로 유명한
살인 용의자 아만다 녹스가

 

오늘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예전보다 더 창백하고
깡마른 모습인데요

 

감옥에서 머리 손질이나
화장은 불가능하니까요

 

이 뜻밖의 항소심 현장에서

 

아만다는 눈물을 흘리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서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기소되다니 말이에요

 

메러디스의 가족 여러분

 

메러디스가 살해되어
정말 안타까워요

 

여러분의 심정은 모르지만
저도 여동생이 있으니까요

 

그 아이들을 잃는다고

 

상상만 해도
겁나고 고통스러워요

 

이탈리아에서 살인죄로
기소되어 항소심을 청구한

 

아만다 녹스에게
유리한 소식입니다

 

이탈리아 법정은
항소심 절차에 의해

 

DNA단서의
재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외부 전문가가
검사 과정에 참여하여

 

결정적 단서인 칼과
브래지어 훅을 살펴보게 됩니다

 

"이탈리아, 로마"

 

확실히 말해두는데

 

"스테파노 콘티 박사
독립 범죄 수사 전문가"

 

DNA는
생각보다 쉽게 남습니다

 

손으로 팔을 쓰다듬으면
아주 미세한 먼지가 일어나죠

 

그게 바로 DNA자취입니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그 공간에 DNA가 남습니다

 

범죄 현장의 오염을
막아야 하는 것도 그래서죠

 

하지만 이 경우는
그런 처치가 없었어요

 

당시의 수사 영상을 보면
사건 현장이 혼잡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보호복 없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여요

 

부츠도 갈아 신지 않고요

 

장갑을 갈아 끼는 모습도
거의 보기 힘듭니다

 

"과학수사"

 

한마디로 혼잡해요

 

혼란의 도가니죠

 

게다가 사건 감식반이
그랬으니 더 문제고요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저는 비판을 가했죠

 

수사가 여러 면에서
체계적이지 못했어요

 

"카를라 베키오티 박사
독립 범죄 수사 전문가"

 

법정에서는 증거 오염의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실제로 증거가 오염된 걸까요?

 

브래지어 훅은
양탄자 밑에서 발견됐죠

 

사건 발생 46일 후에요

 

그 46일 동안에

 

다른 사람들이 DNA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어요

 

복도나 침실, 주방 등에서
메러디스의 방으로

 

DNA가 전이된 거죠

 

"라파엘레의 DNA"

 

실제로 브래지어 훅에서는
라파엘레의 것 말고도

 

최소한 2명의
DNA가 발견됐죠

 

"신원 불명 남성의 DNA"

 

경찰은 이를 단서로
채택하지 않았어요

 

DNA증거는
객관적으로 다뤄야 해요

 

유리한 부분만 가져다
써먹을 수는 없어요

 

또 그 외에도

 

법의학 연구소에서
증거가 오염된 것 같아요

 

경찰 측 법의학자가
아만다의 DNA를 검출했죠

 

"아만다의 DNA"

 

의심할 여지가 없이
아만다의 DNA가 맞아요

 

"동일 DNA확인"

 

"메러디스의 DNA"

 

하지만 메러디스의
DNA경우에는

 

극소량만 검출됐습니다

 

이런 극소량의 DNA단서는

 

증거 오염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거든요

 

"결론 유보"

 

그래서 법의학자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그 부엌칼을 감식할 때
개별 작업을 했나요?'

 

'다른 증거가
전혀 없는 곳에서요?'

 

법의학자는 표본 50개를
한꺼번에 감식했다고 했죠

 

연구소 전체의 작업을
멈출 수는 없었다면서요

 

그런 답변을 전해 듣고 나니까

 

증거 오염에 의한
DNA전이가 확실해 보였죠

 

그러한 사실이 발표되자
난리가 났습니다

 

수사와 증거 감식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거였죠

 

기자들과 방청객들은 탄식했어요

 

언론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노다지와 같았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죠

 

'좋아, 호박이
덩굴째로 굴러들어 왔군'

 

아만다가 문제의 칼을
손에 쥐었으며

 

그 칼로 피해자를
살해했었다고 했었는데요

 

DNA가 없었다니

 

무슨 소리죠?

 

이탈리아가 그렇잖아요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다르죠

 

정답입니다

 

그중 한 사람은...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은

 

DNA단서가 무효인데
왜 이렇게까지 된 거죠?

 

미국 정부에서 나서서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도 이 사건에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탈리아 여행이고 뭐고
다 보이콧해야죠

 

미국 언론이 법에 관해
저희에게 간섭하다니요

 

"발테르 비스코티
루디 게데의 변호사"

 

1308년, 바로 이곳
이탈리아의 법원에

 

유럽 최초로 법학부가 들어섰죠

 

그때 미국에서는 원주민들이
물소 그림이나 그렸을 겁니다

 

미국 언론의 공격은
저를 성가시게 했습니다

 

특히 저와 경찰을 겨냥한
공격은 참기 힘들었죠

 

미국 언론의 포화는
DNA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어떤 사건의 어떤 단서든
불확실한 면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총체적 관점으로
단서를 해석해야 하죠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전 아만다가 유죄라고 생각해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잖습니까

 

아만다의 행동은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전혀 논리적이지 못했죠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메러디스가 살해된 방에
저와 관련된 단서는 없었죠

 

또 라파엘레의 경우도
확증이라고 할 건 없었고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눈앞의 답을 못 보고

 

제 눈동자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죠

 

왜 저를 보는 거죠?

 

이건 제 눈동자에 불과해요

 

객관적 단서가 아니라고요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죠?

 

정말로 제가

 

남자 친구인 라파엘레와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남자를 시켜서

 

제 룸메이트를 강간하게 하고

 

"섹스 게임 중 사고"

 

그 뒤에는 직접
칼로 찔러 죽인 걸까요?

 

"룸메이트의 목을 칼로 난자"

 

그게 아니라면

 

상습적인 빈집털이로
전과가 있는 남자가

 

저희 집에 침입했다가

 

메러디스를 발견하고

 

강간한 후에

 

찔러죽이고

 

달아난 걸까요?

 

무단 침입을 했다가
일이 커진 거죠

 

루디 외의 범인은
없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루디 혼자서 벌인
단독 범행이라고 말이죠

 

그건 공정한 처사가
못 된다고 생각해요

 

루디가 사건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우리로서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루디와 메러디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한 건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니까요

 

키케로의 명언을
잠시 빌리기로 하죠

 

'모든 인간은 실수한다'

 

'하지만 오직
어리석은 자들만이'

 

'과오 속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당시 루디를 잘
변호했다고 생각하세요?

 

남들에게 물어보세요

 

이해가 안 됩니다

 

누구 변호가
더 나았는지 물어보세요

 

루디의 변호가
충분히 훌륭했다면

 

루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석방될 테고

 

다른 두 사람은
계속 재판을 받게 되겠죠

 

"사건 발생 4년 후
검사 측 최종 논고"

 

결정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 나라의 정의와
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은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영국 유학생 메러디스 커처가
무참히 살해된 지 4년

 

드디어 그 결론이 납니다

 

전 세계의 언론이
법원 앞에 대기 중입니다

 

멀리서 찾아온 기자들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아만다 녹스의 운명이 결정될
순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만다는 법원에서 대기하며
곧 재판정에 출두해서

 

자신에 대한 판결을
듣게 됩니다

 

이탈리아 국민의 이름으로

 

본 항소심은 원심 판결을
면밀히 재검토한 결과

 

두 피고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두 사람의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함과 동시에

 

아만다 녹스와
라파엘레 솔레치토의

 

석방을 명합니다

 

정숙하세요

 

시애틀 출신인 24세의 피고는
기쁨에 실신했습니다

 

재판에 참석한 피고의 가족들도

 

기쁨의 포옹을 했죠

 

하지만 법원 밖 풍경은
전혀 달랐습니다

 

군중의 실망이 엄청납니다

 

아만다 녹스의 살인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죠

 

부끄러운 일이야! 닥쳐!

 

항소심에서 저들이 이겼어도
대법원에 상고하면 됩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유감스러운 일이에요

 

실망이다, 법원!

 

"뉴스 속보"

 

아만다 녹스가 드디어
고향으로 향합니다

 

아만다와 가족이 탄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생방송 중계 중입니다

 

수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몰려와

 

시애틀 공항을 꽉 채웠습니다

 

저기, 저기 있습니다
아만다가 나타났군요

 

- 보세요
- 저기 옵니다

 

- 아만다예요
- 저쪽이에요

 

- 계단을 내려옵니다
-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 계단을 내려옵니다
- 계단을 밟고 있습니다

 

저를 믿고 변호해주신 모든 분

 

그리고 저희 가족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금 제가 원하는 건

 

가족 곁에 있는 것뿐입니다

 

지금 제게는
가족이 제일 중요해요

 

제 편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석방되어 집에 돌아간 후
냉장고가 눈에 띄었죠

 

저희 집 냉장고를
오래도록 쳐다봤어요

 

마치 원시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죠

 

저는 자유였어요, 정말 기뻤죠

 

하지만 갑자기
다시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알 수 없었거든요

 

모든 게 낯설었어요

 

4년간 감옥에 있었고
그중 6개월은 독방이었죠

 

원하지도 않던 감옥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거예요

 

평범한 공학도였는데
이제 모두가 절 알게 됐죠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질문 세례를 막 퍼부어요

 

저를 영화배우 대하듯
행동하는 경우도 봤어요

 

제 내면은 아직 고통스러워요

 

축하해요
석방 축하해요, 아만다

 

- 절 내버려 두세요
- 귀국한 것도 축하해요

 

잘 돌아왔어요, 아만다

 

고향에 돌아오니 기분이 좋죠?

 

시애틀의 어떤 점이
그리웠어요?

 

이제 그 유명세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죠

 

아만다의 자서전이나
영화라도 등장할까요?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게 될까요?

 

아만다의 진짜 동기는
바로 그때 드러나겠죠

 

영화 제의도 있었죠?

 

지금 저희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만다의 행복만이 중요하죠

 

"커트 녹스
아만다의 아버지"

 

하지만 결정을 미루시면

 

영화사가 제안하는 액수가
점점 더 줄어들지 않겠어요?

 

무슨 말이죠?

 

생각을 해보세요

 

여기서 한 달만 지나도
사람들의 관심이 잦아들걸요

 

아만다는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굳게 믿었어요

 

하지만 전 다른 사람이 되어
시애틀에 돌아왔죠

 

제 잠자리 상대가 누구인지도
전 세계에 알려진 후였죠

 

일곱 명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악질 매춘부 보듯 했어요

 

섹스에 미친
야만적인 변태라고 봤죠

 

마트에서 계산을 기다리는데
뒷사람이 이럴 때도 많아요

 

'우와!'

 

'당신이군요!'

 

'누군지 알아요'

 

그럴 때면 이러고 싶죠
'젠장, 당신은 누구죠?'

 

'당신은 날 몰라요'

 

왜 사람들이 그 일로
열광하는지 모를 일이에요

 

아주 흥미롭겠죠

 

"2013년 이탈리아 법원은
상소심 판결을 뒤엎고"

 

"다시 아만다와 라파엘레의
유죄를 선고했다"

 

"이 유죄 선고는 아만다의
행동과 대인 관계를 비롯해"

 

"주로 정황증거를
근거로 하고 있다"

 

"피고 측은
대법원에 항소했다"

 

"사건 발생 8년 후
대법원 최종 판결"

 

오늘 이탈리아의 대법원에서는

 

미국인 아만다 녹스와
옛 애인 라파엘레 솔레치토의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두 사람은 메러디스 커처의
살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녹스 가족 자택
워싱턴 주, 시애틀 소재"

 

오늘 아침 아만다의
이탈리아인 변호사가 전했습니다

 

'아만다는 걱정에 지쳐
밤새 잠을 못 이뤘어요'

 

메러디스 커처의 유가족은

 

아만다가 유죄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아만다가 이탈리아 감옥에
수감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문이 낭독됩니다

 

법정 내에서는 소지 중인
휴대폰 전원을 꺼주세요

 

판사가 판결문 낭독을 마치면
다시 전원을 켜도 좋습니다

 

판결문 낭독 후에
형기가 밝혀지겠습니다

 

주목해주세요!

 

라파엘레 솔레치토와
아만다 녹스에게

 

대법원의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는 소식입니다

 

- 맙소사
- 뭐라고?

 

나도 알아, 말도 안 돼!

 

라파엘레?

 

우리는 자유의 몸이야!

 

잘 지냈어?

 

너도 축하해, 정말 잘됐어

 

잘 지내고 조만간 통화해

 

안녕

 

끊어

 

- 세상에
- 어쩜

 

"2015년 9월
이탈리아 대법원은"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의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언론의 관심 때문에"

 

"무리하게 강행된
범인 색출 과정이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생물학적 증거의
부재를 지적했다"

 

"또한 루디 게데의 유죄가
증명됐음을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을 듣고
놀라움이 앞섰죠

 

두 번은 유죄 선고

 

"알린 커처
메러디스의 어머니"

 

두 번은 무죄 선고가
나왔잖아요

 

그토록 오래 기다렸는데
이상한 판결이 나왔어요

 

8년이라는 세월에

 

오점을 남긴 판결이에요

 

결국 생각해보면
정말 비난해야 할 건

 

현지 경찰과 검찰청인 셈이죠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가설에 집착해
진실을 무시했으니까요

 

"메러디스
부두교 의식의 희생자"

 

'언론 재판'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물론 언론인으로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메러디스 사건
용의자 6명 가능성"

 

사건 당시 유출된
사건 관련 일부 정보는

 

완전히 날조된 것으로
진실과 동떨어져 있었죠

 

"아만다 녹스, 종교적 살인"

 

하지만 저희라고 어쩌겠습니까?

 

언론인의 본분은
들은 대로 보고하는 겁니다

 

이런 건 힘들죠
'잠깐만 기다려 봐'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한 후 보도해야지'

 

그걸 어떻게 다 검토하겠어요?

 

그러다가 경쟁사 기자에게
밀리기나 하겠죠

 

특종을 잃는 거예요

 

언론이라는 건
그렇게 돌아가죠

 

재판이 진행되던 중
한 여성이 저를 보고

 

악마라고 부른 적이 있죠

 

'당신은 악마예요'

 

제가 실수를
저지른 건 사실입니다

 

자잘한 실수가 아닌
죄를 저지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의 기로에 있죠

 

그건 인간의 본성이에요

 

만약 아만다와 라파엘레가
정말 무죄였다고 하면

 

두 사람이 고통을 잊고
다시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죄가 있었는데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 죄책감까지
부인하지는 않기를 빌어요

 

어차피 사람은 다 죽고
심판받게 되니까요

 

하늘의 법정에는 상소심도
재심도 존재하지 않죠

 

사람들은 괴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기회만 생기면
직접 보려고 달려들죠

 

거기에 자신의 공포를
투영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확신을 원하는 거죠

 

자신은 악인이 아니라는
그런 위안 말이에요

 

그 때문일지도 몰라요

 

누구나 두려움을 느껴요

 

그리고 그 두려움은
우리를 조종하죠

 

"2014년, 아만다 녹스는
대학을 졸업했다"

 

"아만다는 부당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라파엘레 솔레치토는
인터넷 기업을 설립했다"

 

"이탈리아 방송국의 범죄 소재
방송 자문도 맡는다"

 

"줄리아노 미니니는
페루자 검찰총장으로 승진했다"

 

"닉 피사는 '더 선'지의
기자로 활동 중이다"

 

"루디 게데는 최근
하루 귀휴를 허가받았으며"

 

"아직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