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While.We.Were.Here.2012.LIMITED.1080p.BluRay.x264-ALLiANCE

수입
(주)수키픽쳐스

 

우리 사랑하는 동안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도와줄게

 

콘서트홀 잘 찾아봐
지나가다 보일 거야

 

저기 있다!

 

재밌네

 

여기 생활도
재밌을 거 같아

 

젠장

 

왜?

 

지갑이 안 보여

 

옷가방에 없어?

 

누가 지갑을
옷가방에 넣어

 

어디 있겠지

 

차에 떨어뜨렸나 봐

 

감사합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대요

 

1분만 주세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언제 봤는데?

 

기차역 환전소에서
꺼낸 거 같은데

 

- 짜증나
- 뭐 어쩌겠어

 

가방 쏟았을 때
훔쳐간 모양이네

 

70번지도 아니고
170번지잖아

 

- 원래 어딘데?
- 70번지 가야 돼

 

여기네

 

여기야?

 

그럴걸

 

좋네

 

네, 신용카드 번호를
따로 적어 놨거든요

 

네, 불러드릴게요

 

5-5-3-3

 

7-6-4-5

 

8-7-8-7

 

9-1-5-7

 

5-7이요

 

 

유효기간 15년 12월

 

아뇨, 재발급해서
바로 보내 주세요

 

2주간 있을 거라서요

 

아뇨, 일 때문에요

 

네, 기다릴게요

 

묻긴 뭘 물어봐
급한 놈이 기다려야지

 

여기 있는 동안
뭐 할 건지 알아?

 

이탈리아어 공부 말고?

 

왜 비웃는지
이유를 모르겠네

 

그런 거 아냐

 

대단하게 생각해
나한텐 늦었지만

 

늦긴 무슨

 

늙은 개한테
새 기술은 못 가르쳐

 

그리고 배워 뭘해?

 

세계 어딜 가도
영어 쓰는데

 

이번엔

 

맘먹고 테이프
옮겨 적을 거야

 

네?

 

그러죠

 

 

끝낼 수만 있다면야
좋을 거 같아

 

무슨 뜻이야?

 

- 아니야
- 아니야?

 

그냥 별뜻 없어
좋은 생각 같다고

 

응원은 못할망정

 

응원하고 있어
말이 헛 나온 거야

 

지금껏 시도할 때마다
결과를 봐서 그래

 

그건 옛날 얘기야

 

그럼 잘해 봐

 

왜 자살했을까?

 

누구?

 

데이빗 포스터 월러스

 

글쎄...
모르겠는데

 

책에서 안 느껴져?

 

나중에 읽어 봐

 

끝없이 이어진
허무함을 느낀걸까?

 

어느 날 갑자기...

 

하루 하루가
똑같이 느껴진 거야

 

- 잘 모르겠어, 제인
- 다 싫증난 거지

 

죄책감도 느꼈겠네

 

그런 재능을 갖고도
뭐가 부족해서...

 

제인, 그 얘기
안 하면 안 돼?

 

좀 소름끼쳐

 

사랑해

 

나도 사랑해

 

맘 상한 거 아니지?

 

- 괜찮아?
- 응

 

정말?

 

정말 같이 안 가?

 

당신 바쁠 거잖아

 

혼자 심심할 텐데

 

신용카드 오면
누가 받아야지

 

하긴

 

나도 잠깐 나가서
동네 구경이나 하려고

 

나가면 메시지 남겨

 

그래야 걱정이라도 하지

 

알았어

 

돈 좀 두고 갈게

 

고마워

 

- 이따가 봐
- 잘 다녀와

 

테스팅, 테스팅
됐어요

 

제 책에 쓸만한
얘기가 있을까요?

 

어떤 얘기?

 

겪으신 얘기들이요

 

아님 아버지한테 들은
얘기들 여쭤볼까요?

 

뭐든 물어보렴
네 아빠가 그립구나

 

전쟁 얘기부터
해 주세요

 

난 어머니와 방공호로 갔다
네겐 증조 할머니시지

 

어머닌 떨고 계셨어
사이렌이 울리고

 

폭격 소리가 들렸는데
옆 남자가 말하기를

 

어젯밤에 처자식과
방공호에 있었는데

 

방공호의 반이
폭파됐다더구나

 

머리카락에
피가 묻어 있었지

 

그 혼자 남은 모습에
어머닌 겁에 질리셨어

 

영국의 소도시였으니

 

독일도 아니고
러시아도 아니고

 

이탈리아도 아니고
전쟁터도 아니었는데

 

이 남자는...

 

머리에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는데

 

독일 놈들이
총을 쏘더구나

 

우린 덤불 울타리로
뛰어들었지

 

정말 무서웠지만

 

다들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나뿐인 것 같구나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해

 

안녕, 레너드

 

제인이야

 

이스키아로
즉흥 여행 가려고

 

본토 발음으로 하면
'이스끼아'지만

 

나 좀 늘었지?

 

아무튼 좀 있다 갈게

 

잘 지내고 있어
끊을게

 

그 친구들도
이젠 다 죽고

 

아무도 안 남았지

 

그게 참 안타까워

 

자식을 더 낳을 걸
후회되기도 해

 

네 아빠 외아들이잖니

 

그 덕에 부모 떠나니까
너도 혼자잖니

 

형제도 없고

 

괜한 말을 했구나

 

다른 얘기해요

 

그 따분한 전쟁 얘길
더 듣고 싶다고?

 

그럼 하자꾸나

 

여기 성 아니?

 

- 몰라요
- 몰라?

 

그 사람은 목에
총을 맞았는데

 

총알이 관통해서
빠져나왔지

 

폭격으로 사방이
물웅덩이라

 

적군이고 아군이고
방향을 알 수 없었대

 

그런 일을 겪고
집에 돌아온 거야

 

그렇다고 그 사람 탓을
할 순 없는 거잖니

 

나도 성으로
가는 길이라서요

 

- 영어도 하네?
- 그럼요

 

이탈리아인 같았어요?

 

- 응
- 좋았어!

 

제대로 먹혔네

 

저기, 근데요
어디서 왔어요?

 

- 런던
- 미국에서 왔잖아요

 

- 메인 주
- 설마!

 

난 메사추세츠인데
이거 진짜 신기하네

 

- 그쵸?
- 그러게

 

휴가 왔어요?

 

- 아니
- 그래요?

 

- 응?
- 여행 온 거예요?

 

미안, 네가 휴가 왔다고
하는 줄 알았어

 

난 아니야

 

그럼요?

 

남편이 나폴리에서
일하고 있어

 

뭐 하시는데요?

 

이번 달 말에
공연이 있어

 

끝내주네!
뭐 연주하는데요?

 

비올라

 

비올라였구나

 

잘 쳐요?

 

꽤 잘 쳐

 

바이올린 도난을
막는 방법 알아요?

 

비올라 케이스에
넣는 거예요

 

재미없네

 

비올라와 관의
차이점 알아요?

 

시체가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예요

 

비올라 연주자들은
다 시체 같으니까

 

왜 비올라 솔로는
조루와 같을까요?

 

나오는 걸 아는데도

 

막을 수가 없거든요

 

이건 나도 모르게
나오는 농담이에요

 

어린이 음악 캠프에
여름마다 갔었거든요

 

- 트라이앵글 쳤어요
- 그렇구나

 

워낙 어릴 때였고...

 

그러니까 이해해요

 

엄청 젊어 보이는데
최근에 결혼했어요?

 

아니

 

아니구나

 

반응 좀 하지
나만 스토커 같네

 

50센트 있어요?

 

받아

 

뭐 타고 왔어요?

 

여객선

 

여객선 좋죠

 

여기 지하실에
그런 기구도 있어요

 

철창 같은 건데
거기 가둬 놓고

 

해골 되면 꺼내준대요

 

그대로 앉아서 죽는다니
진짜 끔찍하지 않아요?

 

1300년대쯤엔

 

이 성에 수천 명이
살고 있었대요

 

냄새가 엄청 났겠죠

 

콩알만한 성에
바글바글 살았으니

 

죽이죠?

 

여기 매일 오는데
아직도 좋아요

 

관광객들만 없으면
딱 좋겠는데

 

너도 관광객이잖아

 

난 아니에요

 

몇 달 전에 왔어요

 

어떤 환경 단체에
파견 근무 자원했는데

 

이쪽의 돌고래와 고래
개체수를 조사하래요

 

농담인지
구분이 안 가네

 

나 완전 진지해요

 

대학 가기 싫었는데
경비 대준대서 왔어요

 

비행기 4번 갈아타고
72시간 날아왔지만

 

오니까 좋더라고요
해외는 처음이거든요

 

- 몇 살?
- 19살이요

 

오늘 생일이에요

 

진짜?

 

- 생일 축하해
- 고마워요

 

아무튼 때려치운지
한 달쯤 됐나

 

돌고래 좋아하시네!

 

눌러앉은 이유는

 

생활 여건이 좋거든요
짧은 버전으로 말할게요

 

우리 선조들이
이스키아 출신이라

 

여기 사는 6촌한테
페이스북 글을 남겼어요

 

모를까 봐 말하는데
6촌 관계란 건

 

저쪽의 증조부모가

 

이쪽의 고조부모일 때
그렇게 불러요

 

긴 버전으로
듣고 싶은데

 

미안해요, 아무튼...

 

6촌이 여기 사시는
증조부를 연결해 줬고

 

찾아가 봤죠

 

근데 실제로 보니까
완전 할배더라고요

 

- 100살은 되겠던데
- 100살?

 

나이는 모르겠지만
눈이랑 귀도 어둡고

 

알아듣지도 못할
사투리를 중얼대고

 

안으로 잡아끌더니
와인을 주시면서

 

지하에 있는
방을 주시더라고요

 

그 길로 눌러앉았죠

 

"사랑은 격정과 눈물을
삼키는 법과"

 

"메마른 희망을 갈망으로
바꾸는 법을 가르치고"

 

"내 심장을 사로잡네"

 

"사랑이 그의 얼굴에서
근심을 치울 때마다..."

 

누구 시?

 

비토리아 콜론나

 

여기 살았던 시인이지?

 

아침에 가이드북에서
읽은 내용이죠?

 

반칙왕이네

 

이탈리아어 배우면서

 

미켈란젤로에게 보낸 시를
다 외우기로 했거든요

 

미켈란젤로는
게이였잖아

 

역사적으론 그렇죠

 

근육남들만 조각하던
성격을 봐도 그렇고

 

그런데도 콜론나는
미켈란젤로를 사랑했어요

 

그럼 낭독해 봐

 

이탈리아어로

 

들어보자

 

- 어서
- 알았어요

 

- 대단한데
- 고마워요

 

배고파요?

 

데이트 신청하게?

 

 

- 그럼 가
- 그래요

 

하우스소스 뿌린
파스타 두 개 주세요

 

- 크림이요?
- 토마토요

 

감사합니다

 

직업이 뭔지는
계속 비밀이에요?

 

영국 패션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어

 

뭔가 더 있는데

 

책을 쓰고 있어

 

할머니가 영국에서
겪으셨던 일로

 

2차 대전 얘기야

 

할머니 얘기를
몇 시간 녹음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뭘 몰라요?

 

좀 들어 볼래?

 

- 그럼요
- 그래?

 

네, 듣고 싶어요

 

다 꼬였네

 

- 괜찮아요
- 그래

 

끔찍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나도 강해졌지

 

요샌 사소한 일로
얼마나들 징징대니

 

그렇다고 노인네들처럼

 

우리 때만 특별했다고
우기는 건 아니란다

 

다들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살아가니까

 

하지만 그 시절은...

 

다들 전쟁으로
하나가 됐었지

 

서로서로 돕고

 

힘들더라도
웃으려고 했어

 

우릴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것 좀 꺼라
자꾸 들이밀지 말고

 

회고록 같은 거네요

 

누구든 죽기 전엔
남기고 싶어하잖아요

 

남편은 내가 죽어도
못 끝낼 거래

 

남들 생각은
신경 쓰지 마요

 

할머니 이야기를 녹음하다가
남편을 만났어

 

할머니로 엮인 사이?

 

이상하단 듯이 말하네

 

사실 아니에요?

 

임신해서 결혼했는데

 

유산했어

 

유감이에요

 

그 후론 미국으로
안 돌아갔어

 

혹시...

 

빨간 실에 대한
이야기 들어 봤어요?

 

들어 본 거 같아
얘기해 봐

 

아시아 속담 같은 건데

 

만날 운명인 사람들은...

 

그러니까 소울메이트나
가족이라거나

 

길에서 마주친 사람도
전부 연결돼 있대요

 

운명의 빨간 실로

 

실이 꼬여 있든
잘 풀려 있든

 

끊어지는 일은 없대요

 

테이프를 들어 보면

 

공항 바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혼자 떠든
얘기가 있어

 

놀라운 모험을
떠나기 직전이라느니

 

2차 대전을 색다르게
접근할 거라느니

 

그런데요?

 

그렇게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매 순간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거

 

그럴지도

 

어쩌면 시시한 얘기를
쓰고 싶은 걸지도 몰라

 

시시한 얘기란 건 없어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소원을 빈다...?

 

잘 골라

 

정했어요

 

브라보

 

브라보!

 

- 준비됐어요?
- 무슨 소리야?

 

- 됐죠?
- 응?

 

- 손 잡아요
- 잠깐만

 

- 뛰어요!
- 어떡해, 어떡해!

 

- 왜 도망쳐?
- 뛰어요!

 

- 까나비니에리예요!
- 응?

 

경찰이요!

 

빨리!

 

돌아가면 안 돼요
가면 체포당해

 

- 알았어
- 뛰어요

 

돈 없어서 못 내요

 

이쪽으로 와요

 

죽겠네

 

- 저기요
- 응?

 

내가 꾸민 일이라면
기분이 좀 낫겠어요?

 

진짜라면

 

진짜야?

 

화장실 갔을 때
미리 계산했어요

 

못됐어

 

못됐어

 

- 진짜 못됐어
- 가요

 

빨리 가요

 

- 왜 계속 뛰는데?
- 나도 몰라요

 

살겠네

 

코로 들어갔어요

 

다시 올 거예요?

 

어쩌면

 

어쩌면이면
올 수도 있겠네요

 

근데 나는
전화가 없으니까

 

전화번호 줘요

 

싸구려 스릴과
무전취식을 위해

 

안돼

 

알았어요

 

가야겠어

 

여객선 타야지

 

저기요

 

왜 비올리스트들은

 

비올라 케이스를
차 대시보드에 둘까요?

 

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려고요

 

생일 축하해

 

고마워요

 

일어났네

 

검토할 부분이 많아서

 

과일 사왔네?

 

잘됐다

 

큰 사건들이 있지

 

평생 기억하게 될
그런 사건들

 

그런데 작은데도
그런 사건들이 있어

 

블랙베리를 따던
화창한 날이라거나

 

손끝만 스친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됐다거나

 

넬리라고
작은 개가 있었는데

 

목줄을 싫어해서

 

자전거 의자에
앉혀서 다니곤 했지

 

그런 기억들도
아직 남아 있어

 

제인

 

제니

 

패스트리 좀 사왔어

 

아직 자?

 

제인?

 

"일어나면 전화해
점심 같이 먹자"

 

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던 애들이 많아서

 

스타킹이며 초콜릿이며
온갖 걸 받아오곤 했지

 

한번은 런던에
놀러 갔다가

 

글렌 밀러도 봤단다

 

친구들과 많이도
돌아다녔지

 

멋진 시절이었어

 

난 미국인 애인은
안 사귀어 봤단다

 

몇 명 좋아하긴 했었지

 

좋은 남자들이었는데...

 

엄마, 아빠를
떠나기 싫었거든

 

가끔 후회도 했어

 

나이가 19살이면
세상이 넓어 보이고

 

딱히 걱정도 없고
희망에 넘치고 하잖아

 

걔를 보니까
생각나더라고

 

그 시절이

 

우리 만날 때
자기 19살이었잖아

 

딱히 걱정 없던
모습은 아니었는데?

 

아니야?

 

그리워서 그래

 

젊은 날에 대한 향수

 

자기 안 늙었어

 

우린 계산도 안 하고
도망쳐 나왔어

 

계산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재밌었어

 

정말 재밌었어

 

일은 어땠어?

 

지휘자가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더라고

 

잘됐지

 

돌아가기 전에
셋이 저녁 먹자

 

그래

 

제인?

 

세상에...

 

얘가 케일렙이야

 

- 안녕하세요
- 방금 얘기 중이었어

 

진짜 신기하네

 

같이 앉아

 

- 진짜 신기한 우연이지?
- 그러게요

 

금방 돌아가야 돼

 

괜찮아요
식사도 했고

 

커피나 마실게요

 

계산서 주실래요?

 

아니, 괜찮아

 

제인?

 

제인?

 

담배 안 피우잖아

 

피워

 

파티에서 가끔씩

 

몰랐네

 

자주 안 피우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비싸기만 하다니까

 

난 좋던데

 

다양하질 않잖아

 

그러는 영국 음식은?

 

맘대로 생각해

 

내 입엔 스테이크와
키드니 파이가 딱이야

 

전에 이 집에서 하는
파티에 갔었는데

 

주인이 외국에서 온
웬 노땅이거든요

 

전속 요리사도 있고
집이 으리으리해요

 

음식으로 나온 게
고기 같은 건데

 

소시지랑 같이
나온 게 있었거든요

 

뭔지 물어봤더니
고양이 고기래요

 

- 설마!
- 뻥 아니에요

 

엄마 고양이랑
새끼 고양이 구이

 

생각만 해도 역겨워

 

실화예요

 

레너드한테도
비올라 농담해줘

 

어서

 

우리 이모 같네

 

어디 해 봐
한번 들어 보게

 

나도 하나 알아

 

'완벽한 투구'의
정의가 뭔지 알아?

 

뭔데요?

 

비올라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는데

 

안 부딪히고
깨끗이 들어가는 거

 

- 어디서 들은 거예요?
- 지어낸 거야

 

나도 써먹어야겠네

 

어떤 악기에 갖다붙여도
써먹을 수 있어

 

혹시 악기 연주해?

 

이것저것 해요

 

갈까?

 

벌써 가야 돼요?

 

일하러 가야지

 

다음 계획은 뭐야?

 

티벳에 갈까 하고요

 

티벳? 정말?

 

쇼톤 축제란 게
조만간 한다고 해서

 

그거 나도 들었어
불교 승려들이

 

초대형 융단 같은 거
만드는 축제잖아

 

승려들이 우글우글하겠죠

 

되게 예쁘던데

 

무슨 돈으로 여행해?

 

이것저것 해서요

 

여기서 갈게

 

- 앞까지 데려다줄게
- 펜 있는 분 있어요?

 

나 펜 있어

 

좋아요

 

종이를 달래지

 

이스키아 섬에
꼭 놀러오세요

 

섬 구경시켜 줄게요

 

현관으로 오지 말고
뒤쪽으로 돌아와요

 

90번지...

 

이스키아...

 

됐어요

 

고마워

 

어제도 고마웠는데

 

고맙긴요

 

그럼

 

안녕히

 

마리화나에 취했어?

 

한 모금 가지고
유난떨지 마

 

그러니까 돌아가서도
피우겠단 소리야?

 

가끔씩

 

오늘 저녁에
놀러 나갈까?

 

좋지

 

여기부턴 혼자 갈게

 

- 그래
- 퇴근하고 봐

 

응, 기다릴게

 

- 저기요
- 깜짝 놀랐잖아

 

나 미행하는 거야?

 

모르죠
그렇게 이상해요?

 

그래

 

어젯밤에 못 잤어요

 

항구 근처에서 묵는다길래
아침 첫 여객선 타고

 

당신 찾으러 왔어요

 

진짜 만날 줄이야

 

뭐 하는 거야?

 

키스하는 거 같은데요

 

당신은 섹시하고

 

아름다워요

 

안 되겠어

 

- 왜요?
- 이러면 안 돼

 

왜요?

 

- 원래 자주 이래?
- 뭐가요?

 

- 자주 이러냐고
- 네?

 

여자 유혹하는 게
취미냐고

 

심각하게 굴지 말아요

 

따라오지 마

 

"90번지"

 

벨기에에서 온
청년이 있었는데

 

참 괜찮았지

 

콧수염이 있었는데

 

우리 엄마는 콧수염을
싫어하셨어

 

그런데 떠나버리고

 

그 후론 못 봤단다

 

여튼 얼마 안 돼서
네 할아버지 만나

 

결혼을 했지

 

할아버지한테
첫눈에 반하셨어요?

 

첫눈에 반해?

 

그것 좀 끄라니까...

 

레너드

 

일찍 왔네

 

뭐가 예쁘다고
이러실까?

 

그냥 우리 남편이
그리웠거든

 

미안한데
잠깐만 있다가

 

오늘 좀 피곤해서

 

미안해

 

그래도 저녁엔
같이 놀 거지?

 

물론이지
저녁 사와서

 

집에서 단둘이
오붓하게 있자

 

일할 게 남아서

 

- 그래
- 그래

 

미안해

 

레너드

 

레너드

 

얘기 좀 할래?

 

- 치즈 하세요
- 치즈

 

사진이 한쪽으로 밀렸네

 

아니야

 

잠깐만

 

저거 좀 봐

 

우리 거실에 어울리겠네

 

- 어떻게 하고 찍었어?
- 손으로 입 가리고

 

- 그랬어?
- 자기는?

 

그냥 손 흔들었어

 

레너드?

 

성적 환상
같은 거 있어?

 

뭐?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그냥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이면 돼

 

더 바라는 거 없어

 

안녕

 

나 때문에 깼어?

 

아뇨

 

덜 진지해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단 바지부터 입고요

 

실례

 

레너드는 안 믿더라

 

그 고양이 얘기

 

못 믿겠대요?

 

- 진짜야?
- 맛있었어요

 

당신이랑 있으면
진정이 안 돼요

 

난 너랑 있으면
진정되는데

 

뭐 마실래요?

 

그 사람이야?

 

네, 밤새 저래요

 

외로운가 보네

 

다시 또 다시

 

다시 또 다시

 

혼자이던 그때
내 마음은 가벼웠네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어라

 

다시 또 다시

 

다시 또 다시

 

혼자이던 그때
내 주머니는 무거웠네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어라

 

한숨도 못 잤어
어디 있었어?

 

산책했어

 

밤새?

 

생각 좀 하느라고

 

전화도 놓고 가서
내가 충전해 놨잖아

 

우리 얘기 좀 해

 

출근해야 돼

 

- 늦게 가면 안 돼?
- 그건 안 돼

 

- 레너드
- 제인

 

할 말이 뭐든간에
나도 듣고 싶어

 

하지만 일도 중요해

 

악단 사람들이
나만 믿고 있다고

 

알았어

 

전쟁이 안 일어났으면
다른 뭔가 있었겠지

 

늘 뭔가 있잖니

 

하지만 지지 않고
버티는 거야

 

차 끓일 건데
자기도 마실래?

 

난 됐어

 

또 그렇게 나갈 거면
얘기라도 해

 

걱정하잖아

 

알았어

 

뭘 생각하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우리 관계가 서로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길게 봤을 때

 

아니면 둘 다
용기가 없어서

 

의미를 부여하면서
버텨 온 걸까?

 

다음에 이탈리아 올 땐

 

주방이 있는
방을 구해야겠어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어

 

할머니 인생에서
한 가지만 달라졌어도

 

난 없었을 텐데

 

가끔은 할머니한테
잘못하는 기분이야

 

책 때문에요?

 

아니, 이렇게 살아서

 

늘 제자리잖아

 

여기가 끝이야

 

추수기엔 옥수수 밭에
몰려나가 놀았지

 

토끼를 쫓고 놀았어

 

그리고 밭에 앉아서
차를 마셨단다

 

말들도 있었고...

 

그 시절엔 말도
예쁘게 치장했지

 

반짝이는 마구를
입혀 놓고

 

말굽에 편자를 달고

 

장식용 수술을 걸치면

 

정말 예뻤단다

 

내일 뭐 해?

 

'듀크'란 말이 있었는데

 

가끔 그 녀석을 타고
습지로 놀러가곤 했어

 

일 끝내고 돌아오면
저녁마다 같이 놀았지

 

정말 아름다운
시절이었어

 

내 시절은 지났지

 

제인?

 

하지만 넌 아니잖니

 

제인!

 

네겐 좀 다를 거야
어떤 면에선 쉽겠지

 

그때처럼 전쟁을 겪지도
사람이 많이 죽지도 않았으니

 

하지만 어떤 면에선
더 복잡할 거야

 

너도 네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해

 

네 인생을 사랑하고
네게 오는 순간을

 

두려워하면 안 돼

 

시간은 멈춰있지 않아

 

내 인생 60년과
바꿔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지

 

진실된 순간

 

그런 순간이 오면
직감적으로 안단다

 

처음 알게 된
감정이 아니라

 

전부터 알고 있던
감정처럼 다가오지

 

- 미안해
- 괜찮아

 

- 염병할!
- 왜 그래?

 

괜찮아?

 

- 괜찮아?
- 발가락 찧었어

 

피 나잖아

 

괜찮아, 괜찮아

 

화장실 다 썼어?

 

 

망할

 

프랭크랑 엘사라는
배낭객을 만났는데

 

엘사는 프랑스인
프랭크는 독일인이에요

 

티벳으로 간대요

 

같이 가기로 했어요

 

나랑 같이 가요

 

어서 와

 

피곤해?

 

죽겠어

 

힘들었어?

 

언젠 안 그랬어?

 

다신 이런 초청
안 받든가 해야지

 

글은 잘 써져?

 

영감이 생겼어

 

잘됐네

 

집필을 마무리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듣고 있어?

 

집필을 마무리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여기 물맛은
진짜 웃긴다니까

 

바람피워 봤어?

 

- 제인
- 피워 봤어?

 

이러지 말자

 

피워 봤냐니까

 

한 번도 없어

 

왜 대답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려?

 

신물이 나서...

 

뭐가 신물이 나?
몰아세워서?

 

- 그래
- 권태감?

 

자기랑 섹스 얘기
하는 게 싫어

 

지금 그 얘기야?

 

평범한 부부들은
섹스 얘기도 해

 

우린 안 하고?

 

우리가 얘기 안 하는
부분이 엄청 많아

 

예를 들면?

 

자긴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있어?

 

왜? 나한테
말하고 싶은 거 있어?

 

교감이란 걸
하고 싶은 거야

 

- 우린 교감이 없나?
- 있어?

 

사랑해

 

이제 알았어

 

알았어

 

우린 늘 이렇게
재미없고 진지해

 

섹스로 아이가 생겨도
결국은 죽고 말고

 

- 제인, 제발
- 알아, 말하기 싫다고?

 

그런 말이 아니라...

 

아이 갖고 싶어?

 

갖고 싶었지

 

예전이 아니라
지금도 원하냐고

 

당신도 원했지만...

 

말해

 

- 제인
- 말해!

 

난 아이를 못 낳아

 

평생 그럴 거야

 

계속 시도해도
계속 죽을 거고

 

- 제발, 제인
-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그래서 기분이 어때?

 

- 자기 잘못이 아니야
- 기분이 어떻냐니까

 

자기 기분 말야

 

자긴 평생
아빠가 될 수 없어

 

입양하면 되지

 

자기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원하는 게 그거야?

 

난 늘 그 생각뿐이야

 

자기가 그렇게 원하는
단 한 가지는

 

내가 줄 수가 없어

 

왜 이러는 거야?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단 걸
알고 싶을 뿐이야

 

자긴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게 없어

 

전혀 없지

 

- 뭘 알았으면 하는데?
- 그건 묻는 게 아니야

 

내가 아닌 딴 사람으로
살아 달란 소리 같아

 

나와 전혀 다른 사람

 

자길 떠날 거야

 

딴 사람 만나고 있어

 

만나?

 

케일렙

 

- 그 꼬마?
- 그래

 

겨우 이틀 만난
그 어린 놈을?

- 이틀 더 됐어
- 장난이지?

 

- 시간은 멈춰있지 않아
- 무슨 소린지

 

- 레너드
- 이해가 안 돼

 

같이 여행을 가재

 

같이 자고 있어?

 

어떨 거 같아?

 

당신이 보고 눈치채길
기다리고 있었어

 

느끼길!

 

그래서 당신 시험을
불합격했단 소리야?

 

날 보질 않잖아!

 

- 미안해
- 뭐가?

 

- 미안해
- 뭐가?

 

- 그러는 게 아닌데
- 아니야

 

- 이성을 잃고...
- 이런 상황이면

 

- 당연히 그래야지!
- 아니야

 

이래서 자기 기분이
나아진다면

 

걔랑 같이 가

 

걔랑 같이 가도 돼

 

자긴 끔찍한 일을
겪었잖아

 

아니, 그 일이랑
상관없어

 

상관 있어

 

당신이 이제 날
사랑하지 않잖아

 

- 날 사랑하질 않아
-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 티켓이야

 

내 공연 다음 날

 

기차역에서 만나

 

4시 반 기차야

 

같이 집에 가는 거야

 

당신에게 필요한 일
마음껏 하고

 

내게 돌아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지지도 않을게

 

이게 좋은 길이야

 

안녕

 

안녕

 

피울래요?

 

아니

 

프랭크랑 엘사가

 

몇 시간 후에 와요

 

프랭크가 차를 사서

 

몇 주 후에
출발할까 해요

 

생각해 봤는데

 

루마니아를 돌고...

 

우크라이나 갔다가
러시아로 가서

 

카자흐스탄 지나서
티벳으로 가려고요

 

제인!

 

이쪽으로 와야지

 

이제 금방 출발해

 

100살까지 살긴 싫어

 

- 왜요?
- 그건 말하기 싫구나

 

이제 그것 좀 꺼라

 

번역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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